• 탕후루의 몰락
• 반짝인기 업종의 잔혹사
• 지속인기 업종의 강세
  

 💫대왕 카스테라 (2016) 

대왕 카스테라는 저렴한 가격에 바삭한 겉면과 부드러운 식감, 달콤한 맛을 자랑하는 빵인데요. 대만에서 넘어온 디저트로 2016년과 2017년 사이 새로운 트렌드로 각광받으며 전국 1,000여 개까지 매장이 늘어났습니다.
그러나 대왕 카스테라의 선풍적인 인기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인기가 높아진 원조 대왕 카스테라를 카피한 유사 제품들이 빠르게 등장하기 시작했고, 식감·맛·가격 면에서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선택지가 넓어진 겁니다. 심지어는 디저트를 다루는 카페에서도 같은 아이템을 앞다퉈 출시했어요. 결국 유행에 따른 상승세와 더불어 유사제품의 출현과 소비자의 기호 변화가 결합되며 ‘대왕 카스테라’의 경쟁력이 떨어져 아이템으로서의 가치가 퇴색되어버린 것이죠.

또한 레시피상 식용유 사용에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채널A <먹거리 X파일>에서 대왕 카스텔라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불합리한 의심은 논란의 확산으로 이어지며, 결국 대왕 카스텔라는 급격한 쇠락의 길로 접어들게 되었습니다.

대만에서 건너온 또 다른 반짝인기 업종이 있는데요. 2019년, 국내에서 가장 주목받으며 디저트 음료계를 뒤흔든 ‘흑당’입니다.

 💫흑당 OOO (2019) 

한국의 ‘흑당’ 열풍은 2019년 3월, 대만 흑당 버블티 전문점인 ‘타이거슈가’의 국내 상륙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오픈 직후 국내 1호점(홍대)의 대기줄이 너무 길어 “차라리 대만에 가서 먹고 오는 게 더 빠르겠다”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캐러멜이나 달고나처럼 진한 단맛이 특징으로, 일반 버블티와는 달리 하얀 우유에 검은 시럽이 쏟아지는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한 비주얼로 SNS를 통해 퍼져나가며 유행이 일어났습니다. 타이거슈가와 유사한 브랜드만 더앨리(The ally)와 흑화당, 쩐주단, 블랙슈가, 락립배(樂立盃), 주옹당, 호이차, 블랙티드 등 10곳을 훌쩍 넘겨 등장하기 시작했죠. 흑당 전문점뿐만 아니라 공차나 카페베네, 커피빈, 요거프레소, 투썸플레이스, 파스쿠찌, 이디야, 설빙, 오설록 등 기존 커피 전문점에서도 흑당 관련 메뉴를 개발해 출시했습니다.

이러한 ‘흑당 열풍’은 음료를 넘어 디저트 시장 전반에도 불었습니다. 트렌드에 가장 민감한 편의점도 갖가지 흑당 디저트를 내놓았습니다. CU는 브라운슈가밀크티, 브라운슈가라떼, 시원한흑당크림빵 등 4개 제품을, GS25는 유어스흑당무스케이크, 유어스흑당파르페, 흑당라떼샌드위치 등 3가지 제품을 판매하였습니다. 
대왕 카스테라처럼 완전히 소멸되진 않았지만, 흑당 버블티를 마시기 위해 1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희소성’은 완전히 사라졌다고 볼 수 있어요. 웬만한 프랜차이즈 브랜드에서는 흑당 관련 메뉴를 판매하고 있어, 굳이 ‘흑당 전문점’에 가야만 소비할 수 있는 아이템이 아니게 되었다보니, 마찬가지로 단일 업종으로서의 경쟁력을 잃게 되었습니다.

이외에도 벌집 아이스크림, 치즈등갈비, 삼겹살 무한리필, 저가 생과일주스, 대만식 샌드위치 등은 대왕 카스텔라처럼 급격히 몸집을 불려가다가 직격탄을 맞은 ‘반짝 인기 업종’으로 손꼽힙니다. 이들이 모두 생존하지 못한 이유는 2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데요.

  ✔️ 지나치게 낮은 진입장벽

  ✔️ 유사 프랜차이즈의 난립(사업아이템의 포화상태)

대박 아이템이라는 것만 보고 밀물처럼 밀려들었다가, 여기저기 생겨나는 비슷한 매장들에 경쟁력을 잃고 썰물처럼 빠져나간 셈인 것이죠. 외식시장에서는 무엇이 등장하고 그것이 언제 사라질지, 쉽게 달아오른 업종의 인기가 지속될 수 있는지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지속가능한 성장을 보여주고 있는 업종이 간혹 등장하고 있습니다. 무분별한 창업 시장에서 이들은 어떻게 살아남았을까요? 프랜드가 분석해 보았습니다.👇🏻

 💫마라(麻辣) (2018, 2022~) 

“마라탕후루”라는 유행어를 들어보셨나요? 
요즘 10대 청소년들에겐 ‘마라탕 먹고 나서 간식으로 탕후루 먹기’ 가 하나의 세트 메뉴로 자리잡았습니다. 같은 글자를 이어붙여 일명 ‘마라탕후루’라는 유행어가 만들어졌고, 이를 활용한 노래와 ‘밈’까지 생겨나고 있지요. 한 단어로 연결되는 마라탕과 탕후루지만, 저물고 있는 탕후루와 달리 마라탕은 여전히 외식업계에서 강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2016년 한국에 처음 들어와 2018년부터 유행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마라탕은 8년이라는 긴 시간 그 입지를 견고히 다지고 있는 건데요.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재료로 사용하거나 주방 위생 문제가 제기되며 마라탕의 인기에 제동이 걸린 적도 있었지만, 곧 다시 부흥했죠.
2024년 5월 기준으로 상호에 ‘마라’가 들어간 브랜드는 약 100개입니다.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데이터에 따르면 ‘21년에는 735곳, ‘22년에는 980곳의 ‘마라’ 매장이 문을 열었고, 최근 3년간 총 2,622개의 마라 매장이 생겼어요. 마라탕 프랜차이즈 1위인 ‘탕화쿵푸’ 매장만 100개 이상이 추가 오픈했다고 하니, 23년도에는 실제로 훨씬 많은 매장이 증가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라탕은 왜 이렇게 꾸준히 인기를 유지하는 걸까요? 프랜차이즈나 외식 매장에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커스텀 할 수 있는 음식이 많지 않은 데 비해 소비자의 입맛대로 재료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최대 장점으로 꼽힙니다.

누구나 한 번쯤 동반인과 매운맛의 정도나 취향이 맞지 않아 메뉴 선정에 어려움을 겪은 기억이 있을 텐데요. 마라탕을 먹기로 결정한 이상, 상대의 입맛을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죠. 또, 다양한 향신료가 있지만 마라탕에 사용되는 ‘산초’처럼 중독적이고 자극적인 향신료가 많지 않다는 것도 특징입니다. 마라를 대체할 만한 다른 재료가 없다는 점이 마라탕을 ‘유일한’ 존재로 만들어 준 겁니다.

이런 마라탕의 유행은 곧 ‘마라’의 유행으로 번지며 각종 마라맛 떡볶이, 찜닭, 파스타, 치킨, 햄버거 등 다양한 퓨전 요리로 확장되었습니다. 최근에도 여전히 과자나 육회, 삼각김밥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계속적으로 신메뉴가 나오고 있어요. 자극적인 매운맛으로 인한 위염, 역류성 식도염 등의 건강에 대한 우려도 꾸준히 제기되고는 있지만, 메뉴확장의 가능성이 거의 없는 탕후루와 달리, ‘마라맛’을 활용한 메뉴 개발의 가능성이 무한히 열려있는 마라의 인기는 앞으로도 식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소금빵 (2021~) 

소금빵은 원래 일본에서 유행한 디저트였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일본 에히메현에 있는 작은 빵가게 ‘팡 메종(Pain Maison)’에서 처음 개발한 시오(소금)빵은 버터의 비중이 약 20%로 꽤 높은 편입니다. 빵을 굽는 동안 버터가 녹으면서 반죽 안에 공기층이 생겨 식감이 쫀득해졌고, 겉면은 바삭하게 구워지면서 ‘겉바속촉’ 빵이 탄생했죠. 염분 보충이 필수인 여름에 육체노동을 하던 어시장을 위주로 빵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고소한 버터와 짭짤한 소금이 조화를 이뤄 일명 ‘고짠고짠’한 매력을 가진 소금빵은 소금과 버터만을 사용해 구워내 단순한 맛이면서도 그 자체로 훌륭한 풍미를 냅니다. 캐릭터 디자인이 된 마카롱이나 다양한 토핑이 올라간 빙수 등의 화려한 디저트 사이에서 홀로 ‘담백한’ 매력을 뽐내는 소금빵은 그만큼 부담이 덜 가기 때문에 질리지 않고 꾸준히 먹을 수 있어요.

2021년부터 한국에서 점점 유명해져 작년에는 ‘고메버터’나 ‘히말라야’ 등 원재료의 정보를 담은 네이밍으로 특징을 강조하는 곳도 많이 생겨났습니다. '24년 6월 현재, 인스타그램에서 '#소금빵'이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있는 게시물은 51.6만 건에 달합니다.(탕후루 20만 건) 포털사이트 블로그나 X(구 트위터) 등의 SNS에도 여전히 ‘소금빵 리스트’라는 이름으로 맛있는 소금빵을 판매하는 베이커리를 추천하는 게시글이 꾸준하게 올라오고 있죠. 대표적으로 영종도에 있는 ‘자연도 소금빵’은 빵이 나오는 시간과 픽업대기줄까지 별도로 있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소금빵은 소비자 입장에서 맛있다는 것뿐만 아니라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입장에서도 많은 장점이 있습니다. 이미 가진 재료를 활용해 약간의 노하우만 있다면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다보니 쉽게 판매를 시도할 수 있는 건데요. 팥소와 버터를 추가로 넣어 만든 ‘앙버터 소금빵’, 초콜릿 필링을 넣은 ‘초코 소금빵’, 바질이나 에그마요, 햄치즈 등을 넣은 ‘샌드위치 소금빵’ 등 약간의 부재료를 추가하면 금방 새로운 메뉴가 탄생하기 때문에 신메뉴 개발에 대한 부담이 적다는 것도 좋은 점입니다.
베이직한 메뉴일수록 쉽게 유행을 타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소금빵의 꾸준한 인기는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릅니다.